2017년 3월 13일 월요일

디베이트란

 
 전문
 
 초등학교때는 발표도 잘하던 자녀가 중학교로 진학하면서부터 수업시간에 발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한인이라는 '기본 빵'으로 그래도 공부 좀 잘하는 코리언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아닌 것같다.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듣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좀 수준있는 영어단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뉴스나 신문 사설을 보라고 하는데도 별로 관심이 없다. 백인 부모라면 시시껄렁한 조크부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잠재 의식에 깔려있는 문화 전통적인 단어들도 가르쳐 줄터인데 1.5세나 심지어는 2세들도 그런 것을 몰라 자녀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이럴때 한인 학부모들은 좌절한다. 애꿏은 한국어 교육에 탓을 돌리곤 한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대입 카운슬러인 지나 김씨가 조언한다. '스피치와 디베이트'를 시키라고.
 
 본문
  디베이트는 미국에 사는 한인 학생들의 생존의 문제다. 디베이트나 스피치 클래스를 그냥 단순한 클럽 활동, 대학을 가기 위한 수상기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정말 큰 코 다친다. 
 
 #. 디스커션과 디베이트의 다른점=우선 디베이트와 디스커션이 뭐가 다른지 따져보자. 둘다 토론으로 번역되지만 디스커션은 그냥 대화나 입씨름 수준이다. 결과도 다양하게 나오기 일쑤다. 반면 디베이트는 형식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현재 한국에서 디베이트 홍보활동을 이끌고 있는 케빈 리 전 미주 교육신문 대표는 "형식적인 제약으로 질서있게 주고받는 것이 디베이트를 교육적인 차원으로 올려놓은 것"이라며 "형식이 없으면 상대편의 얘기를 듣지 않게 되면서 고성이 오가며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고 말했다. 
 "여러사람이 모인 곳에서 한사람이 이야기를 독점하게 되고 혹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야할때 머리속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다가 엉뚱한 발언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면 대화가 갑자기 과열될 수 밖에 없는데 디베이트 교육을 받으면 자기가 말한 만큼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줍니다."
 디베이트는 반박을 위해서 상대방의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차분하게 조리있게 정해진 시간내에 말하는 훈련이 된다.
 
#. 디베이트 형식과 주제=디베이트는 찬성과 반대가 확실한 주제를 선택해서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 참가팀은 두팀이다. 
 디스커션에서는 다양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주제들, 예를 들어 역대 최고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같은 것이 선정될 수 있지만 디베이트는 찬반이 갈려야 하므로 낙태허용 문제라던지, 푸에르토리코를 미국 51번째 주로 승격시켜 편입시킬 것인지 같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주제들이 선정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디베이트 형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겠지만 찬반이 명료해야 한다. 또한 뉴스나 시사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갖게 되기 마련이다.
 
 #. 교육적인 측면=디베이트는 한인 학생들에게는 생존 문제다. 우선 디베이트에 나가려면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는 리서치 과정을 가져야 한다. 누가 돕는답시고 자료를 찾아준다면 자녀의 공부를 대신 해주는 꼴이 된다. 주제에 따른 긍정적인 의견과 주장, 부정적인 의견과 주장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디베이트에 숙달되면 리서치 능력이 향상된다.
 리서치한 자료를 읽는 과정이 있다. 여기서 크리티컬 리딩(critical reading, 심층 독해)이 가능해진다. 그냥 건성으로 읽어서는 디베이트가 안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다 이해하고 분석하고 깨우쳐야 입으로 나온다. 자료를 읽으면서 근거와 사례를 재구성해서 입으로 옮겨야 한다.
 이제 입에 붙게 자료를 원고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써야 한다. 글쓰기가 필요하므로 글쓰기 능력, 단어의 뜻과 쓰임새를 익히게 된다. 그러면 알게되는 어휘가 늘어나게 된다. 어휘가 늘면 그 다음은 SAT준비가 저절로 된다. 대학에서 SAT시험을 보게 하는 이유가 심층독해 능력 때문인데 이는 결국 디베이트를 잘하는 학생을 뽑고 싶다는 얘기다.
 이제 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외우고 스피치 능력도 향상된다. 결국 자기 생각을 넣어야 하고 그러려면 논리력을 길러야 하며 말하기 형식, 목소리, 톤, 제스쳐, 청중과 눈맞추기 훈련도 된다.
 그 다음으로 듣는 훈련도 늘게 된다. 디베이트 중에 상대방의 얘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청취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디베이트의 제한된 형식엔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에세이 연습이 된다. 자료 정리와 글쓰기 능력과 더불어 하나의 에세이를 대회때마다 만들어 내야 하니 훈련이 안 될 수 없다.
 
 #. 디베이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한인 부모중에서 디베이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학부모의 경우 긴 시간동안 리서치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시간적게 들어가는 클럽 활동하라고 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가장 하기 쉬운 오해는 다른 사람과 논쟁을 자주 하다보면 뭐든 싸울려고만 드는 성격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디베이트를 제대로 훈련한 학생은 오히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또한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을 하므로 OX사고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학부모가 있다고 케빈 리 카운슬러는 말했다. 내용과 주제보다는 토론 기술을 배우고 훈련하는게 디베이트이므로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디베이트를 웅변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주장을 대중에게 스피치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디베이트는 오히려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웅변보다는 한 단계 높은 기술이다.
 
#. 전문가 도움말=지나 김 카운슬러는 디베이트 예찬론자다. 아니 상당수의 카운슬러나 학원에서는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김 카운슬러는 "디베이트를 하다 보면 수업시간 강의를 빨리, 정확히 알아 듣고 필기도 잘하게 된다"면서 "이는 디베이트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정확하게 논박하기 위해서 잘 들으면서 동시에 포인트를 짚어 간단하게 메모하는 스킬 덕분이고 이는 결국 다른 사람 말을 잘듣고  핵심을 빨리 알아듣고 논리적으로 맞는지의 문제까지 생각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학교 공부도 하기 힘든데 디베이트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준비했지만 수상으로 연결되지 않아 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김 카운슬러는 "디베이트는 유행처럼 과외 활동으로 시킬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학업의 수단으로 학업 기본으로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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