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한국은 매 학년마다 배워야 하는 수학 과정이 정해져 있다. 미국에 사는 내가 한국의 수학 교과서 참고서를 펼쳐보면 모든 책의 목차가 똑 같은 것이 신기해 보인다. 미국의 수학 교과과정은 같은 학년을 위한 교과서를 보아도 출판사마다 저자마다 내용이 가지각색이다. 특히 Algebra 2 에서 Precalculus까지 가는 과정은 이름 조차 통일이 되지 않아 나도syllabus를 봐야만 무엇을 가르치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여러 해 전에 이 다양한 (=혼란스러운) 미국의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정리하여 “수학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설명을 하는 글을 썼다. 당시에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몰라 트랙이라고 명하였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이 쓴 글에도 “트랙”이 등장하는 것이 보이니 뾰족한 이름을 못 찾은 것은 나뿐이 아닌 것 같다. Google에서 “미국 수학”을 검색하면 내가 만든 트랙 설명 강의가 제일 위에 나온다. 여전히 유용한 내용이니 한번 보시기를 추천한다.
우선 이 글 독자 분의 첫 목표는 미국의 Top 10 대학에 자제분이 합격하는 것이라고 가정을 하겠다. Top 10 대학은 물론 10개 밖에 없고 소위 “명문”이라고 알려져 있는 동부의 사립 대학들은 대부분 1,500명도의 신입생을 받는다. 따라서 매 해 Top 10 대학에 합격하여 등록까지 하는 학생은 약 15,000명이다. 즉, 존재하지 않는 “안정권”이라는 개념을 인위적으로 상상해보기 위해서는 “내가 Top 15,000 속에 들 수 있는가?”의 답으로 대체할 수 있다.
미국에는 약 25,000교의 공립 10,000교의 사립 고등학교가 있다. 즉, 해마다 전교 1등생이 35,000명 정도 졸업한다. 즉 Top 10 대학 입학 정원의 2.3배 이상의 수가 수석졸업자인 것이다. 참고로 그 35,000학교 중 AP Calculus BC를 가르치는 학교는 6,000교이다. AP Physics C E&M을 가르치는 학교는 3,000교이다. 같은 미국의 고등학교라 하더라도 1/12만이AP Physics C E&M를 가르치고 내 짐작으로는 이런 학교가 Top 10대학의 입학을 장악할 것 같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의 최고 수학 과정인 AP Calculus BC의 통계를 보자. 작년에는 94,000명이 응시를 했고 그 중에 반 정도가 만점5점을 받았다. 이는 Top 10 대학 정원의 3배 이상이 AP Calculus BC의 만점 점수를 들고 온다는 뜻이다. Calculus AB에 응시한 학생은 260,000명으로 정원의 9배이다. AP Statistics 는 153,000명, 정원의 10배이다.
AP Physics B 를 응시한 학생은 약 80,000명, AP Chemistry는 130.000명, AP Biology는 191,000명이 응시했다. 다 정원의 5배에서 10배에 해당되는 수인데 유독 AP Physics C가 다르다. AP Physics C Mechanics는 약 38,000명AP Physics C E&M은 약 17,000명이 응시했다. 그러니 거의 정원대 비율이 1:1에 육박하는 AP Physics C 를 해낸 학생이 Top 10 대학에 잘 들어가는 이유를 이 수치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수학경시대회의 수치를 보자. AMC 8, 10, 12 는 누구나 희망하면 응시할 수 있으니 응시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 의미가 있는 것은 일정 점수를 얻어 초대를 받아 AIME시험을 본 학생이다. AIME는 매년 수치가 크게 달라지는데 2,000명에서 6,000명 정도이다. 오라는 곳은 없더라도 AIME에 초대받은 학생 한 명 당 2.5개의 신입생 자리가 있다는 결론이니 AP Calculus 가지고 승부를 보려는 학생과 차원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USAMO 는 약 500명이 초대받는다. 그 위력을 가히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요즘 개인적으로 USAMO 출전자가 MIT에 불합격 하고 AIME에 초대도 못 받은 학생이 합격하는 상황을 여러 번 보아 선천적인 소질/흥미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USAMO까지 가느라 시간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AIME까지만 가라고 추천한다. 증명 같은 순수 수학을 즐기는 학생에게만 USAMO준비를 추천한다.
과학 쪽으로 보면 Intel ISEF Finalist는 매년 1,500명 정도가 선발 되는데 그 중 약 1,000명이 미국에서 오고 나머지 500명은 외국에서 국가 대표로 선발 되어 온다. 컴퓨터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고 뭔가 만들어 내는 것을 즐기는 학생은 USAMO의 500명에 속하려는 시간과 노력으로 ISEF의 1000명에 속하는 것이 더 쉽고 재미있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직결되고 Top 15,000명이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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