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수요일

중앙 칼럼] 하버드가 보낸 이메일

중앙 칼럼] 하버드가 보낸 이메일 

 [LA중앙일보]
장병희/특집팀 부장
발행: 03/30/1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03/29/13 18:48
IT업계 화두로 떠오른 빅테이터 관심 가져야 세상 바꾸는데 기여해
최근 하버드대에서 동문들에게 이메일로 색다른 협찬 요청을 해서 뉴욕 타임스에 기사화 됐다. 

25일 하버드대는 '시간'과 '지식'을 지원해 달라는 이메일을 졸업생들에게 보냈다. 하버드는 기부금 펀드가 3000억달러가 넘을 만큼 돈 모으는데 일가견이 있는 학교다. 그런데 돈이 아닌 것을 요청했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버드는 인문학 클래스로 '고대 그리스 영웅'이라는 온라인 무료강좌를 내놓았는데 여기서 온라인 멘토와 디스커션 그룹의 매니저 역할을 할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나지 교수가 70년대 말부터 개설한 이 강좌는 수강학생이 1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온라인 강좌를 열었더니 2만7000명이 수강신청을 했고 이들을 제대로 공부시키려면 강사진 몇명으로는 부족해 수강했던 제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온라인 클래스의 바람은 지난해부터 크게 불기 시작했다. 하버드는 온라인 클래스 부문에서 후발주자인 셈인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동문들을 동원할 비책을 세운 것이다. 

나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십년간의 수강생보다 온라인으로 모집한 학생숫자가 더 많다는데 놀랐다며 흡족해 했다. 원래 10여명의 제자들이 이 온라인 클래스 그룹을 이끌 예정이었는데 그 숫자 갖고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하버드가 동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70년대 말부터 하버드를 거쳐간 학생이 수만명에 이를 터인데 이들 중 이 강좌를 수강한 학생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자. 한국의 대학 중 대형 강의실 수업을 듣는 학생을 알고 있는 학교가 몇군데나 될까. 또한 이들의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물론 하버드라고 해서 1만명의 명단과 이메일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수 최소한 수백명은 제대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지 교수가 특별해서 그의 제자들 이메일을 확보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기민하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한 팀에서 이뤄진 일이 아니다. 결국 하버드는 각각 학생들이 무슨 과목을 들었는지 수년전부터 이미 꿰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빅데이터 얘기가 수년전부터 IT업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개념인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집중적으로 보관하는 의미인 '클라우드'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든 몇년이면 엄청난 숫자의 고객정보가 쌓인다. 이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실제로 개인용 컴퓨터가 지금처럼 엄청나게 많이 보급될지는 불과 15년 전만해도 몰랐다. 데이터를 빨리 전송하는데 환호했을 뿐이지 그것이 쌓여서 엄청난 데이터가 될지 골똘히 생각해본 전문가들이 별로 없었다. 

이제 역사가 30년이 넘어가는 한인 커뮤니티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면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버드에서 개별 강좌의 수강생 정보를 따로 모을 필요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것을 모았다가 세상을 바꾸는 작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온라인 클래스를 대학들이 대세인줄 알면서도 선뜻 실시하지 못했던 이유는 효과 측면 때문이었다. 강의실 학생만큼 온라인 학생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의문사항을 제대로 풀어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버드의 나지 교수 강좌는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하버드의 세상을 바꿀만한 색다른 이메일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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