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엘리트 대학들이 부자 학생에게 유리한 조기전형을 통한 합격자 비중을 늘려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31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많은 명문대들이 합격 시 반드시 입학을 해야 하는 제도인 조기전형 얼리디시전(Early Decision)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 제도를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소속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의 경우 지난해 전체 신입생의 54%를 조기전형을 통해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제도가 부유층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것. 조기전형은 전통적인 정시전형에 비해 1~2개월 빠른 매년 11월 초에 지원 마감을 한다. 또 조기전형의 한 제도인 얼리디시전의 경우 단 한 곳의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으며 합격 시 반드시 입학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얼리디시전을 채택한 학교에 지원해 합격할 경우 정시전형을 통한 다른 대학 지원의 기회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중산층·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여러 대학에 지원, 합격한 대학 중에 학자금 지원 여부 등을 비교해 선택하고 싶지만 얼리디시전 채택 대학의 경우 이 같은 비교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또 얼리디시전을 채택한 상당수 명문대들은 전체 신입생의 절반 정도를 조기전형으로 선발해 선택의 문을 좁게 만들고 있다.
얼리디시전은 유펜을 포함, 컬럼비아·브라운·코넬·다트머스 등 많은 아이비리그 대학이 채택하고 있다. 아울러 듀크·존스홉킨스·뉴욕·노스웨스턴 등 명문 종합 사립대와 앰허스트·스와스모어 등 유명 리버럴아트대도 얼리디시전을 채택 중이다.
이들 대학의 경우 조기전형의 합격률이 정시전형을 포함한 전체 합격률보다 휠씬 높다. 더욱이 조기전형을 통한 신입생 선발이 전체 합격자의 40~50%에 이른다. 재정 지원이 중요하지 않은 부유층 학생의 경우 합격률이 높은 얼리디시전을 통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경쟁 속에 명문대 입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기전형 제도 중에는 복수 지원을 허용하고 합격 통보를 받아도 입학을 거부할 수 있는 얼리액션 제도도 있다. 얼리액션은 MIT·시카고대 등이 채택하고 있다. 또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얼리디시전과 얼리액션의 중간 성격은 싱글초이스 얼리액션을 택한 대학도 있다. 조기전형을 허용하는 다른 대학에 복수 지원은 할 수 없으나 합격 통보를 받아도 꼭 입학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학생의 선택권 측면을 고려하면 얼리액션 또는 싱글초이스 얼리액션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있지만, 상위권 대학 상당수는 우수 학생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얼리디시전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