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계 올림픽 시즌이다. 이번 올림픽은 귀화를 한 선수의 드라마까지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여론이지만 현재는 이구동성으로 “그 선수가 한국팀에 속해 있었으면”이라고 의견이 일치해 있다. 그리고 그 많은 분분한 여론 중에서 들리지 않는 의견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앞으로 우리 선수들을 더 훈련을 잘 시켜 금메달을 받도록 하세요”라는 의견이다.
이미 날아간 새 하나에만 집착하고 우리 손에 있는 여러 새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라고 가르치지만 다급해지면 “성공할 사람은 타고 난다”라는 믿음이 새어 나온다. “후천”의 개발이라는 개념을 잊고 “선천”을 놓친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 교육도 천재로 태어나야 하나? 나는 미국 대표팀 코치를 비롯 미국 여러 지역의 유명한 수학 코치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나는 항상 그들의 수학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을 물어보았다. 다양한 답이 있지만 하나로 종합하자면 “가급적이면 많은 수의 학생 속에서 추려내라” 인데 결국 “선천”적인 소질을 만날 확률을 올리라는 결론이다. 그 외에 어떤 식으로 훈련을 시키라는 조언도 있지만 팀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일단 “될성부른 떡잎”을 모아 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면 수학도 재능을 타고 나는 분야라는 뜻인가? 이는 참 불편한 현실이다. 나 자신도 “누구나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라고 믿고 있지만 이렇게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No. 운동이고 수학이고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수상을 하기 위해서는 선천적인 소질과 부단한 노력 두 가지 다 반드시 겸비 되어야 한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려면 워낙 기회가 제한되어 있어 올림픽에서 금 메달을 받아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수학의 경우는 수학이 쉬워서가 아니라 수학의 수요가 워낙 크고 응용 분야가 광범위 해서 “선천”이 없어도 충분히 “훈련”으로만 도달하는 그 아래 경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성공이란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받는 다는 뜻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만족스럽고 자신의 일에 만족할만한 커리어를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평범한 성공을 한 엔지니어/과학자가 수학 국제 대회 금메달 수상자보다, 수학과 교수보다 더 보수가 높은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 흔한 일이다.
참고로 예체능 분야는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으면 성공을 못한 것으로 간주를 해도 될 지경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문과도 수요가 제한되었고 한 스타가 관중의 관심을 장악하게 되는 winner take all 현상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극히 제한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소질이 두 분야에서 비슷하다면 이공계의 커리어 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 공부는 소질이 있고 없고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배우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이해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학교수학에서 A 받는 것은 물론,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미국에서는 해마다 전국에 약 6000명이 초대받는 AIME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정상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1차 목표로 하여 모든 학생의 노력이 포화된 상태라 선천적인 재능으로 승부가 갈라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라 국민 일부만 유명 대학 입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누구나 모든 교육 정보를 다 알고 있어 정보전이 불가능한데 미국은 195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AMC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학 선생님이 아직 대부분이니 그 선생님만 믿고 배우는 수학의 천재는 경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 문화의 다양한 가치관 덕분에 천재도 소방수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학구적인 경쟁에도 다양한 틈이 있다. 이런 제도 속에서 우리의 학생은 중간의 소질을 가지고도 마음만 먹으면 노력으로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수가 있다.
우리는 올림픽의 대단한 선수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투혼의 정신을 배워 우리도 이 비교적 수월한 경쟁에서 금메달을 받도록 해야겠다.